2010.05.28
오늘 저녁은 아침에 당신들이 떠나기전에 말씀하셨던대로 김치찌개를 끓였습니다. 우리와 함께 콜로라도를 다녀와서 푹 익은 묵은지를 사두었던 참치캔 2개를 넣고 물 한 사발 넣어 푹 끓였습니다. 김집사님 댁에서 싸주셨던 갈비를 호일채 오븐에 넣어 데웠습니다. 어머니께서 냉장고에 넣어두신 밥을 전자렌지에 데우고 마지막 남은 아삭고추와 깻잎을 상에 올리니 저녁 상이 푸짐합니다. 언제나 양 대중에 실패하는 저는 이번에도 한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많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남기지 않고 혼자서 또 다 먹었네요.
공항 검색대를 지나 멀어져가는 당신들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참았던 숨을 내쉬듯 자연스레 조용한 기도가 흘러나왔습니다. 하나님, 고맙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지난 2주간의 휴가로 미루어졌던 일들을 하나 둘씩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집 청소도 시작했습니다. 어지럽던 제 옷장이 어머니의 손길로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너덜거리고 덜컹대던 제 자동차의 범퍼들이 아버지의 손길로 야무지게 끈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구석구석 제 삶에 당신들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시며 나지막이 내뱉으시던 어머니의 말씀, 꿈결같은 시간이 다 지나갔구나, 하시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정말 꿈처럼 행복했습니다. 사실 제게 졸업은 그리 감흥이 없는 행사였습니다. 물론 감사하고 기쁜 일입니다만, 석사 학위 하나가 제 영혼에 무엇하나 더 하겠습니까. 그러나 이번 졸업은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의 축하로 너무나 풍성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졸업을 주변으로 베풀어주시는 많은 일들을 통해 하늘 아버지께서 얼마나 아버지 어머니를 위로하시고 싶어하시는 지를 느낄 수 있어 저는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총장님, 부총장님을 비롯한 수 많은 귀한 분들의 초대와 대접들, 기대하지도 않았던 졸업식에서의 연설과 부모님이 귀빈으로 대접받았던 일들, 콜로라도 여행에서 하나님께서 준비해두신 친절한 배려와 수많은 깜짝 파티들… 정말 하나님께서 당신들의 미국에서의 시간을 은혜로 채우시는 손길을, 그 친절한 동행을 늘 따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의 7년동안 꿈만 꾸던 일을 실제로 이루어주신 하늘 아버지께 감사하기만 합니다. 더 맛있는 것들을 맛보시게 하고 싶었습니다. 더 좋은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더 많은 것들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것들이 당신들께서 나의 시작과 내 평생에 베푸신 은혜에 비할 수 없다는 것 알기에, 그렇게라도 더 드리고 싶었습니다.
흔히들 남는 자가 떠나는 자보다 힘들다고 하지요. 이번에야 처음으로 제가 남는 자가 되어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어봅니다. 여전히 헤어짐은 슬픈 일이지만,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들로 인해, 아들을 막막한 가운데 보내셨던 지난 시간들보다는 평안하셨던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이제 아들은 이 곳에서 당신들의 흔적들을 붙잡고 새 걸음을 하려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