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아침에 당신들이 떠나기전에 말씀하셨던대로 김치찌개를 끓였습니다. 우리와 함께 콜로라도를 다녀와서 푹 익은 묵은지를 사두었던 참치캔 2개를 넣고 물 한 사발 넣어 푹 끓였습니다. 김집사님 댁에서 싸주셨던 갈비를 호일채 오븐에 넣어 데웠습니다. 어머니께서 냉장고에 넣어두신 밥을 전자렌지에 데우고 마지막 남은 아삭고추와 깻잎을 상에 올리니 저녁 상이 푸짐합니다. 언제나 양 대중에 실패하는 저는 이번에도 한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많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남기지 않고 혼자서 또 다 먹었네요.

공항 검색대를 지나 멀어져가는 당신들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참았던 숨을 내쉬듯 자연스레 조용한 기도가 흘러나왔습니다. 하나님, 고맙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지난 2주간의 휴가로 미루어졌던 일들을 하나 둘씩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집 청소도 시작했습니다. 어지럽던 제 옷장이 어머니의 손길로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너덜거리고 덜컹대던 제 자동차의 범퍼들이 아버지의 손길로 야무지게 끈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구석구석 제 삶에 당신들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시며 나지막이 내뱉으시던 어머니의 말씀, 꿈결같은 시간이 다 지나갔구나, 하시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정말 꿈처럼 행복했습니다. 사실 제게 졸업은 그리 감흥이 없는 행사였습니다. 물론 감사하고 기쁜 일입니다만, 석사 학위 하나가 제 영혼에 무엇하나 더 하겠습니까. 그러나 이번 졸업은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의 축하로 너무나 풍성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졸업을 주변으로 베풀어주시는 많은 일들을 통해 하늘 아버지께서 얼마나 아버지 어머니를 위로하시고 싶어하시는 지를 느낄 수 있어 저는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총장님, 부총장님을 비롯한 수 많은 귀한 분들의 초대와 대접들, 기대하지도 않았던 졸업식에서의 연설과 부모님이 귀빈으로 대접받았던  일들, 콜로라도 여행에서 하나님께서 준비해두신 친절한 배려와 수많은 깜짝 파티들… 정말 하나님께서 당신들의 미국에서의 시간을 은혜로 채우시는 손길을, 그 친절한 동행을 늘 따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의 7년동안 꿈만 꾸던 일을 실제로 이루어주신 하늘 아버지께 감사하기만 합니다. 더 맛있는 것들을 맛보시게 하고 싶었습니다. 더 좋은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더 많은 것들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것들이 당신들께서 나의 시작과 내 평생에 베푸신 은혜에 비할 수 없다는 것 알기에, 그렇게라도 더 드리고 싶었습니다.

흔히들 남는 자가 떠나는 자보다 힘들다고 하지요. 이번에야 처음으로 제가 남는 자가 되어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어봅니다. 여전히 헤어짐은 슬픈 일이지만,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들로 인해, 아들을 막막한 가운데 보내셨던 지난 시간들보다는 평안하셨던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이제 아들은 이 곳에서 당신들의 흔적들을 붙잡고 새 걸음을 하려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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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imagefile [2]

  • Jun 07, 2010

"당신과 연애하고 싶어요." 나와 함께 있는 것이 아직은 편하다기보다 신경이 쓰인다던 그녀는 선명하지도 못한 모니터 화면 너머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어쩌면 참으로 소박한 것인데. 같이 손잡고 거리를 걷다가 군것질도 하고 별 것 아닌 주변에 까르르 웃는 그녀를 보며 나도 웃고 함께 영화 보거나 책을 읽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그 작은 '함께함'이 너무나 그립다.

잘 도착하셨나요? movie

  • May 28, 2010

오늘 저녁은 아침에 당신들이 떠나기전에 말씀하셨던대로 김치찌개를 끓였습니다. 우리와 함께 콜로라도를 다녀와서 푹 익은 묵은지를 사두었던 참치캔 2개를 넣고 물 한 사발 넣어 푹 끓였습니다. 김집사님 댁에서 싸주셨던 갈비를 호일채 오븐에 넣어 데웠습니다. 어머니께서 냉장고에 넣어두신 밥을 전자렌지에 데우고 마지막 남은 아삭고추와 깻잎을 상에 올리니 저녁 상이 푸짐합니다. 언제나 양 대중에 실패하는 저는 이번에도 한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많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남기지...

간단한 DBU(Dallas Baptist University) 투어 imagefile

  • Mar 03, 2010

오늘은 제 직장이기도 하고 공부하고 있기도 한 Dallas Baptist University 를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DBU는 기독교 사립 대학으로서 Servant Leadership 섬기는 리더십을 그 모토로 합니다. 1989년에 설립된 Decatur Baptist College를 그 전신으로 하는 DBU는 이후 1965년에 현 위치인 달라스로 학교를 옮기고 이름을 Dallas Baptist College로 바꾸었고, 1985년에 공식적으로 University로 이름을 바꿉니다. 1988년에 Dr. Gary Cook이 총장으로 취임하신 이후, 학교는 22년동안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약 55...

할머니, 외할아버지, 그리고 You Raise Me Up movie [2]

  • Feb 22, 2010

작년 11월, Thanksgiving 추수감사절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어머니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했다. 동생은 부모님과 안방에서 잘 때, 나는 할머니와 같이 절절 끓는 아궁이 사랑방에서 고추, 질금, 메주 냄새 맡으며 자던 내 8살 시골에서의 생생한 기억은 그 때 파묻혀 자던 할머니의 몸내음보다도 선명하지 못한데. 아버지 옆에 함께 있어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이상하게 전화로는 전달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것이 무엇이겠냐고 주변 어른들께 여쭈어도 그저 기도하는 것...

Mrs. Brown's Birthday imagemoviefile [2]

  • Feb 17, 2010

얼마 전에 DBU에 눈이 온 사진을 올렸더니 어머니께서 제가 일하는 오피스와 DBU가 참 예쁘다고 하셨습니다. 갸우뚱하며 생각하다가, 세상에, 그러고 보니 여지껏 제대로 된 DBU나 오피스 사진조차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지요. 그래서 짧게라도 제가 일하는 인터내셔널 오피스와 DBU를 몇 개의 포스트를 통해서 소개하려 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작년 가을에 있었던 Mrs. Brown의 생일이야기로 시작해볼까합니다. 저는 현재 DBU (Dallas Baptist University) 이 International Office 인터내...

눈덮인 텍사스에서 새해 인사 imagefile

  • Feb 12, 2010

<제가 일하는 인터내셔널 오피스입니다> 어제 달라스에는 폭설이 내렸습니다. 텍사스에서 산지 이제 6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적은 처음입니다. 작년부터 더워야 할 날씨가 시원하다거나 비가 많이 온다던가 하는 이상기후를 보여오더니 이렇게 일을 내네요. <학교의 중심인 필그림 채플(예배당)입니다> 텍사스는 눈이 오면 모든 것이 멈추게 됩니다. 눈이 많이 오지 않는 주이다보니 조금만 눈이 와서 길이 얼게 되면, 안전에 민감한 미국인들로서는 학교나 직장 모두를 닫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내린 눈에는 두말...

다시 믿음

  • Feb 12, 2010

1. 학부를 졸업하던 마지막 해, 졸업식을 한 달 앞두고도 나는 갈 바를 알지 못했다. 그런 내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은 그저 계속해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에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인터내셔널 학생들을 섬기는 일과 유스사역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앞길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를 향한 신뢰속에서 내 마음은 평안했다. 그 마지막 한달에, 정확히는 한 주만에, 하나님은 모든 일을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이루셨다. 내가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서 한다...

The Prayer - DBU Homecoming Extravaganza 09 moviefi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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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보

  • Nov 16, 2009

주일 아침, 유스 설교 준비를 마무리 짓고 있는데 한 친구에게 메일이 왔다. 하고 싶은 말을 십분의 일도 담지 못한 기분에 메일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추신으로 끝나는 이 장문의 편지는, 어서 움직여야 한다는 주일 아침의 내 바쁜 생각 따위는 저만치 밀어내 버렸고, 나는 자리에서 그 편지를 몇번이고 읽고 다시 읽었다. 늘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시작한 이 메일에서, 오랜 광야를 지나며 고통 중에서 하나님을 다시 만났다는 친구는 이제 하나님 나라에 소망을 두게 된 것 같다고 부끄러운 듯 진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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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v 16, 2009

영화 해운대를 봤다. 영화 가운데, 한 구조 대원이 한 악역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구함을 받은 그의 삶은 반드시 이전과는 달라야 하리라. 주님… 나는 당신의 희생이 어떠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자이건만, 왜 저를 위해 죽으셨습니까… 이전의 저는 죽어야 합니다. 당신이 제 삶을 통해 사셔야 합니다. 제가 당신의 사랑을 기억한다면, 제 삶은 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과 같이 죽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님..나를 도우소서.